영화 <미드나이트>는 극장과 OTT 동시 공개라는 새로운 배급 트렌드 속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청각장애인과 연쇄살인마의 대결이라는 흥미로운 장르적 설정을 던지며 많은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약자가 한밤중의 도시 한복판에서 절대적인 악을 마주했을 때 발생하는 시각적 긴장감은 스릴러 영화로서 매우 매력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진기주 배우의 처절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열연과 위하준 배우의 서늘한 마스크가 더해져, 영화는 초반 밤거리 추격 시퀀스까지 관객의 숨을 턱 끝까지 몰아붙이는 서스펜스를 성공적으로 구축해 나가는 듯 보였습니다. 감각의 제한이 주는 공포가 도시의 어둠과 맞물리며 신선한 장르적 쾌감을 기대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신선한 출발이 무색하게도, 영화는 중반부를 지나면서 제작진이 설정한 단 하나의 메시지와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서사의 개연성을 무참히 파괴하기 시작합니다. 영화가 지닌 훌륭한 소재와 배우들의 열연이 무색해질 만큼, 뒤로 갈수록 극의 전개는 설득력을 잃고 작위적인 설정의 늪으로 빠져듭니다. 오늘은 장르적 신선함으로 시작했으나 결국 연출 편의주의와 비논리적인 전개로 아쉬움을 남긴 영화 <미드나이트>의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세 가지 시선으로 깊이 있게 짚어보고자 합니다.

주제를 위해 희생된 서사의 개연성과 깊이 없는 사회적 시선
영화 <미드나이트>는 청각장애를 가진 주인공 '경미'를 통해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마주하는 차가운 시선과 소외, 그리고 혐오의 문제를 장르 영화의 틀 안에서 다루고자 노력합니다. 수어 상담사로 일하는 경미의 일상을 보여주며 직장 내에서 은밀하게 자행되는 혐오 표현과 성희롱 장면을 배치한 것은, 이 영화가 단순한 오락 영화를 넘어 약자를 대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의도를 담아내는 방식이 지나치게 평면적이고 작위적이라는 점에서 첫 번째 균열이 발생합니다. 사회적 편견을 고발하려는 연출이 깊이 있는 통찰을 바탕으로 전개되기보다는, 관객에게 즉각적인 불쾌감만을 유발하는 도구적 장치로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제작진이 전달하고자 하는 '소외된 약자의 고립'이라는 주제 의식과 극적인 위기 상황을 억지로 만들어내기 위해, 영화 전반의 논리와 캐릭터들의 설득력을 완전히 가위질해 붙였다는 점입니다. 도입부에서 피해자가 아무런 의심이나 경계심도 없이 수상하기 짝이 없는 차량으로 터벅터벅 다가가는 비논리적인 상황부터가 몰입을 방해합니다. 가장 결정적인 오류는 주인공이 탄 차량 내부로 범인이 침입하는 장면입니다. 청각장애인은 청각을 대신해 미세한 공기의 흐름이나 진동을 감지하는 능력이 극대화된다는 기본적 사실을 영화는 철저히 무시합니다. 오직 주인공을 절체절명의 위기로 밀어 넣고 고립시켜야 한다는 연출가적인 편의주의적 발상 때문에, 주인공이 가진 고유의 감각적 특성조차 지워버린 것입니다. 관객을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오로지 '위기 상황'이라는 결과만을 위해 서사를 끼워 맞추다 보니, 극이 진행될수록 긴장감보다는 장치적 답답함만 쌓이게 됩니다.
캐릭터 조형의 실패와 연쇄살인마로서의 용의주도함 상실
스릴러 영화의 성패는 주인공과 대척점에 서서 극의 텐션을 쥐고 흔드는 '빌런'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위하준이 연기한 연쇄살인마 '도식' 역시 극의 중심을 잡고 주인공을 영리하게 압박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습니다. 한국 스릴러 영화의 마스터피스로 꼽히는 <추격자>의 지영민처럼, 대중 앞에서는 평범하거나 오히려 선량한 인물로 위장하면서도 공권력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드는 치밀함이 필요했습니다. 실제로 초반부 도식은 경찰을 속이려는 시도를 하며 긴장감을 유발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위장술과 속임수는 스릴러 장르를 많이 접해온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추기엔 턱없이 얕고 수준이 낮습니다. 치밀한 두뇌 싸움이나 계획적인 알리바이 구성 대신, 그저 운과 주변 인물들의 방조에 기댄 허술한 눈속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극이 진행될수록 도식이라는 인물은 연쇄살인마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용의주도함과 냉정함을 완전히 잃어버립니다. 그는 자신의 뜻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자 쉽게 흥분하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채 충동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삼류 악당의 모습으로 전락합니다. 범인이 지능적으로 경미의 숨통을 조여 오는 것이 아니라, 혼자 흥분해서 날뛰는 수준에 그치다 보니 관객이 느끼는 공포의 밀도는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들고 다니는 강력한 소통 도구인 스마트폰을 경미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설정 역시, 범인의 치밀한 방해 공작 때문이 아니라 서사의 강제적인 억압 때문으로 느껴집니다. 매력적이고 압도적인 악역이 부재한 자리에 남은 것은 짜증을 유발하는 악에 받친 고함뿐이며, 이로 인해 두 캐릭터 간의 팽팽해야 할 대결 구도는 균형을 잃고 무너집니다.
공권력의 극단적 무능화와 현실성을 상실한 불쾌한 연출
영화 <미드나이트>의 완성도를 가장 처참하게 무너뜨린 주범은 바로 경찰과 군인으로 대변되는 주변 인물 및 공권력의 비현실적인 묘사입니다. 특히 중반부의 파출소 시퀀스는 장르 영화로서의 최소한의 현실적 마지노선마저 완전히 붕괴시킵니다. 언어를 가진 주류 권력과 소통의 수단을 잃은 소외된 약자의 대비를 은유적으로 시각화하겠다는 연출적 야심은 이해하지만, 이를 위해 파출소의 모든 경찰력을 단체로 지능이 낮은 인물들처럼 묘사한 것은 치명적인 악수였습니다. CCTV 화면과 명확한 목격자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임에도 제대로 된 수사에 착수하지 않거나, 범인의 허술한 거짓말에 놀아나며 약자의 절규를 외면하는 경찰의 모습은 은유를 넘어선 황당함을 자아냅니다. 주변의 모든 사회 시스템을 극단적인 바보로 만들어야만 비로소 유지되는 주인공의 위기는 관객에게 서사적 설득력을 주지 못합니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무능함과 방관은 번화가 도주 장면에서 극에 달합니다. 수많은 대중이 밀집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추격전 속에서 사람들의 차가운 방관은 물론, 심지어 휴가를 나온 군인 캐릭터들의 묘사는 실소를 자아내게 만듭니다. 군인들이 상황 파악을 전혀 하지 못한 채 비현실적인 무능함을 보여주는 장면은 국군의 이미지를 불필요하게 훼손하는 것을 넘어, 서사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개연성을 증발시킵니다. 특히 군인들이 낯선 여성을 강제로 업고 데려가는 구체적인 설정은 서사 전개상 전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관객에게 모욕적이고 불쾌한 감정만을 남기는 최악의 연출이었습니다. 경찰이 도식을 사살하는 허무한 과정과, 그 직후 온갖 트라우마가 남을 만한 참혹한 사투를 겪은 주인공 가족이 아무런 멍에 없이 평온하게 제주도 여행을 떠나는 결말은 앞선 서사들과의 괴리감이 너무나도 커서 당혹감마저 안깁니다. 결국 진기주 배우의 헌신적인 열연만을 남긴 채, 영화는 공권력과 사회를 향한 불쾌하고 수준 낮은 묘사로 가득 찬 아쉬운 작품으로 마침표를 찍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