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00 그린 북 리뷰 (선입견, 인종차별, 우정)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인종차별을 다룬 영화라면 으레 무겁고 불편하기만 할 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은 달랐습니다. 웃다가 먹먹해지고, 먹먹하다가 다시 웃게 만드는 영화였는데, 그 여운이 며칠째 가시질 않았습니다. 1962년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한 이 실화는, 저 자신이 얼마나 많은 편견의 잣대를 아무렇지 않게 휘둘러왔는지를 아프게 들여다보게 했습니다.선입견이라는 벽 — 토니와 셜리,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혹시 처음 만난 사람을 딱 보자마자 '아, 이런 사람이겠구나' 하고 마음의 결론을 내린 적 있으십니까? 저는 솔직히 그런 적이 꽤 많았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낯선 사람을 마주할 때면, 제가 살아온 좁은 경험의 테두리 안에서 상대를 미리 정의 내리고 슬그머니 마음.. 2026. 7. 9. 곤지암 정신병원 (파운드 푸티지, 흉가 탐험, 공포 연출) 솔직히 저는 극장에서 공포 영화를 보고 집까지 오는 길이 그렇게 무서울 줄 몰랐습니다. 을 보고 나온 날, 아파트 복도 불이 한 박자 늦게 켜지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CNN이 선정한 세계 7대 괴기스러운 장소이자 대한민국 3대 흉가로 꼽히는 곤지암 정신병원, 그리고 그 공간을 소재로 만든 영화 에 대해 제가 느낀 것들을 있는 그대로 풀어보겠습니다.파운드 푸티지 형식이 왜 이 소재와 맞아떨어지는가영화 은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방식으로 촬영되었습니다. 여기서 파운드 푸티지란, 등장인물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한 영상을 누군가 '발견'했다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촬영 기법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관객 입장에서는 편집된 극영화가 아니라 실제 현장 녹화본을 보는 듯한 느낌을.. 2026. 7. 8. 사바하 (종교적 모순, 사천왕, 신의 침묵) 솔직히 저는 를 보기 전까지 한국 오컬트 영화가 이 정도 깊이의 신학적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극장을 나서면서 올려다본 하늘이 유독 공허하게 느껴졌는데, 그 감각이 며칠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불교의 사천왕 신화와 기독교 헤롯왕의 아기 학살 서사를 하나의 스크린 위에 얹어놓은 이 영화는, 장르 오락물이 아니라 인류가 수천 년간 던져온 질문 하나를 스크린 위에 다시 소환해 놓은 작품이었습니다.2019년 개봉한 장재현 감독의 는 에 이어 한국 오컬트 장르의 지평을 또 한 번 넓힌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가 품고 있는 종교적 모순의 구조와, 사천왕이라는 신화적 장치가 어떻게 현실적 서사로 작동하는지를 제가 느낀 감정과 함께 풀어보겠습니다.종교적 모순, 영화가 건드린.. 2026. 7. 8. 인간중독 (종가흔, 금기된 사랑, 존재론적 구원) 전쟁고아 출신의 민며느리가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장교와 금기된 사랑에 빠진다. 영화 (2014)은 이 한 줄의 설정만으로 이미 비극의 방향을 예고합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단순한 불륜 멜로를 기대했는데, 스크린을 마주하고 나서는 꽤 오랫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파멸이 어리석게 느껴지지 않고, 기묘하게 슬프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종가흔이라는 인물의 전사(前史): 금기된 사랑이 피어난 토양영화가 종가흔이라는 인물을 설계하는 방식은 꽤 치밀합니다. 그녀는 중공군 부역자 집안 출신의 전쟁고아로, 가족을 잃은 뒤 시체 옆에서 일주일을 버티다 경대위 모친에게 거두어졌습니다. 이후 그녀의 삶은 민며느리(어릴 때부터 며느리로 들여보내지는 관습적 결혼 형태로, 사실상 종속적 노동과 복종을 .. 2026. 7. 7. 그녀가 죽었다 (관음증, SNS 허상, 반전 스릴러) 국내 OTT 플랫폼에서 스릴러 장르 콘텐츠 시청 시간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범죄 미스터리에 대한 관심은 식을 줄 모릅니다. 영화 를 처음 클릭했을 때 저는 그냥 퇴근 후 가볍게 볼 팝콘 무비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즈음, 저는 핸드폰을 꺼내 인스타그램 앱을 한참 동안 낯설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변태가 시신을 발견한다는 설정의 의미이 영화의 가장 도발적인 출발점은 주인공 구정태가 결코 '정상적인' 탐정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부동산 중개인인 그는 타인의 집에 몰래 드나들며 사생활을 훔쳐보는 관음증적(voyeuristic)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관음증이란 단순한 성적 일탈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타인의 삶을 몰래 들여다보며 심리적 만족을.. 2026. 7. 7. 영화 인질 (외유내강, 황정민, 장르적 완성도) 솔직히 저는 개봉 당시 이 영화를 반신반의하며 극장을 찾았습니다. '실제 배우가 본인 이름으로 납치된다'는 설정이 자칫 싸구려 코미디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94분이 지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저는 이 영화가 그 설정을 얼마나 진지하고 영리하게 끌어냈는지에 완전히 압도되어 있었습니다. 대형 블록버스터의 틈새에서 발견한, 기획력 하나로 승부를 건 웰메이드 장르물의 이야기입니다.외유내강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제가 영화를 고를 때 제작사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긴 건 꽤 오래된 일입니다. 그리고 '외유내강'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거의 무조건 긍정적인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 제작사는 한국 상업영화가 오랫동안 반복해 온 서사적 관습, 이른바 클리셰(clich.. 2026. 7. 6. 이전 1 2 3 4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