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플랫폼을 뒤적이다 문득 "이거 진짜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싶은 시리즈가 있으셨나요? 저는 그게 바로 미션 임파서블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름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는데, 정작 처음부터 끝까지 본 편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OTT로 1편부터 7편까지 전부 정주행 했고, 거실 소파에서 온몸에 전율이 돋는 경험을 했습니다.

30년 액션의 진화, 방구석에서 목격한 것들
1996년 1편이 나왔을 때, 미션 임파서블은 지금처럼 화려한 시리즈가 될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제가 직접 연속으로 보고 나서 느낀 가장 큰 충격은 톰 크루즈의 액션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 과격해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위험한 것에 몸을 던지는 배우라니,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1편의 CIA 침투 장면은 지금 봐도 긴장감이 살아있습니다. 에단 헌트가 줄 하나에 의지해 컴퓨터실로 내려오는 그 장면은 영화사에서 이른바 서스펜스(suspense), 즉 결말을 알 수 없는 긴장 상태를 극대화한 교과서적 연출로 꼽힙니다. 여기서 서스펜스란 관객이 위험 상황을 인지한 채 결과를 모르는 상태로 유지되는 심리적 긴장감을 가리키며, 히치콕 이후 스릴러 장르의 핵심 장치로 자리 잡았습니다.
4편의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등반 씬은 또 다른 차원이었습니다. 당시 톰 크루즈는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외벽에 매달렸는데, 이를 영화 용어로 스턴트 퍼포먼스(stunt performance)라고 부릅니다. 스턴트 퍼포먼스란 배우나 전문 스턴트맨이 CG 없이 직접 위험한 동작을 수행하는 연기 방식을 말하며, 디지털 시각 효과에 의존하는 요즘 할리우드에서는 보기 드문 방식입니다. 제 경험상 이 장면은 화면 속인 걸 알면서도 손바닥에 땀이 고였습니다.
시리즈 전반에 걸쳐 미션 임파서블이 다른 첩보 액션과 구별되는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CG를 최소화한 실제 스턴트 퍼포먼스 고집
- 루터, 벤지, 일사 등 고정 팀원이 만들어내는 팀 케미스트리(team chemistry)
- 매 편마다 배경 도시와 침투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로케이션 다양성
- 첩보 장르 특유의 맥거핀(MacGuffin) 구조를 적극 활용한 플롯 설계
팀 케미스트리란 팀원 간의 신뢰와 유대가 쌓이면서 발생하는 시너지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에단 헌트 혼자였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장면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서사적 원동력입니다. 제가 이 시리즈에 빠져든 이유 중 절반은 솔직히 이 팀원들 때문이었습니다.
영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 안에서 작가주의적 연출을 결합한 독특한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실제로 브라이언 드 팔마, J.J. 에이브럼스, 브래드 버드, 크리스토퍼 맥쿼리 등 편마다 감독을 바꾸는 방식은 시리즈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준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출처: 미국영화협회(AFI)).
반복 플롯과 엔티티, 시리즈의 한계를 직시하다
미션 임파서블을 한 편씩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연속으로 보고 나니 보이기 시작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3편쯤부터 "이 구조 어디서 봤는데?"라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고, 5편에 이르자 그게 확신으로 굳어졌습니다.
매 편의 기본 구조를 뜯어보면 거의 동일합니다. IMF는 신뢰를 잃고 해체 위기에 처하고, 에단은 억울하게 쫓기는 신세가 되며, 팀원 중 한 명이 배신자로 의심받다가 결국 진짜 배신자가 드러나고, 에단이 홀로 모든 걸 해결합니다. 이를 영화 서사 이론에서는 내러티브 템플릿(narrative template)이라고 부릅니다. 내러티브 템플릿이란 관객에게 익숙한 서사 공식을 반복 적용함으로써 예측 가능한 쾌감을 주는 구조를 말하며, 프랜차이즈 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전략입니다.
이 구조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봅니다. 반복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반복 속에서 새로운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7편이 그 한계가 가장 도드라진 작품이었습니다.
7편에 등장한 빌런 엔티티(Entity)는 설정상 고도로 발전된 인공지능으로, 모든 디지털 네트워크를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AI가 실질적인 위협이 된 지금 시대에 딱 맞는 소재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면 엔티티의 공포는 추상적으로만 묘사되고, 실제 이야기는 맥거핀(MacGuffin), 즉 플롯을 움직이는 도구일 뿐 그 자체로는 별 의미 없는 물건에 해당하는 '열쇠 두 쪽'을 놓고 벌이는 아날로그식 추격전으로 귀결됩니다. 최첨단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너무 고전적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일사 파우스트의 하차 역시 오래된 팬 입장에서 가장 씁쓸하게 남은 부분입니다. 5편과 6편에 걸쳐 충분한 서사를 쌓아온 인물을 7편에서 이렇게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서사적 희생이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 이유가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매력적인 조연 캐릭터를 소모적으로 하차시키는 것은 장기 프랜차이즈가 흔히 빠지는 함정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영화 산업 분석 매체에서도 장기 시리즈일수록 캐릭터 소진(character fatigue) 문제를 주요 리스크로 지목하고 있습니다(출처: 박스오피스 모조(Box Office Mojo)).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전체를 놓고 보면 미션 임파서블이 30년 가까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합니다. 완벽한 플롯보다 완성도 높은 액션과 인물의 온도를 꾸준히 지켜왔기 때문입니다.
정주행을 마치고 나서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완벽한 시리즈는 아니지만, 이만큼 꾸준히 진심으로 몸을 던진 시리즈도 없다는 것입니다. 8편이 어떤 방향으로 엔티티와의 대결을 마무리할지, 반복 플롯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지가 지금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아직 정주행을 미루고 계신 분이라면, 1편부터 순서대로 보시길 권합니다. 톰 크루즈가 시간의 흐름에 맞서 싸우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입니다.